사부곡(思父曲) - 당신을 존경합니다.



 
큰 문제 아니고 괜챦다. 바쁘니까 오지 마라.”


 

당신은 입원하시던 그저께부터 전화기 저편에서 제게 몇 번을 당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그대로 믿었고 그래도 한번은 찾아 뵈야지.’ 싶어 걱정 없이 찾아간 병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알게 됩니다. “괜챦다.”는 부모님들이 자식들 걱정시키지 않으시려고 쓰는 표현이라는 것을...

 

평소 말씀이 많지 않으셨던 당신이 오늘따라 많은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이제 살만하니 어느덧 나이가 들었고 여기저기 부품이 탈이 난다' 고 당신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셨습니다. 어느덧 일흔 두 살의 세월이 얼굴에 내려와 앉아있었습니다.

 

전립선 비대증큰 문제는 아니고 수술도 잘 끝났다 하여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그 와중에도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있으니 힘들 때를 대비해라.” 면서 둘째 딸 걱정을 하십니다.

 

늘 바빠하던 제가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어머니 차지였습니다. 함께 찜질방을 가고 장을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지요. 반면 당신께는 간단한 대화와 식사 그리고 과일 한 접시와 함께 하는 시간

아버지, 당신은 묵묵히 살아오셨습니다. 아끼셨고 욕심 내지 않으셨고 교과서 같으셨죠. 사랑한다는 말은 하실 줄 모르셨지만 저희들 키우기 위해 수 십년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셨습니다.

 

가장이란 자리가 가끔은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 저는 이제야 압니다. 가족들을 위해 지난 수십년을 그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오신 당신을 존경합니다.

 

병원을 나서기 전, 난생 처음 제가 당신을 안아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아빠!”라는 말과 함께요. 당신은 어색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다섯 살 쯤 되었을까요? 어린 시절 당신 발등에 제 발을 올리고 걸음마 놀이를 했었죠. 저는 까르륵 웃음을 터드렸고 그때 올려다 본 하늘은 사랑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눈물이 그만 ‘툭하고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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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09. 10. 2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