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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5 [특별 전시] 플리쳐상 수상작들을 통해 사람을 만나다.

[특별 전시] 플리쳐상 수상작들을 통해 사람을 만나다.


수요일이다. 그제 월요일부터 나는 내내 도심 속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매일 필수 일정 1개를 제외하고는 내내 먹고 자고 책 읽고 목을 쉬면서 보냈다.

오늘은 원래 1일 여행을 떠나려고 했었다. 어젯밤에는 서울 근교 지역을 검색해서 유기농 블루베리 농장을 견학하겠다는 잠정 계획까지 세워두었던 참이다.

 

띠리링~ 아침 6시에 맞추어 둔 알람이 울린다. 눈을 떴지만 목 상태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블루베리농장 견학 여행은 포기다. 대신 눈을 감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다시 눈을 뜨니 8, 여유롭게 오정희씨 소설<옛우물>을 마저 읽었다.  다시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잠을 자며 신나게 꿈을 꾼다. 또 다시 눈을 뜨니 10 30분이다. 이제는 하도 누워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

 

천천히 일어난다. 바나나 하나와 수박을 잘라 먹고 신문을 읽는다. 영양제도 챙겨먹는다. , 오늘은 여행을 안 간 대신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하는 <퓰리쳐상 사진전>을 가자. 그 사진전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 보도사진 부문 역대 수상작 145점을 선보인다고 들었다. 6 22일인가 오픈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왔다지. 그래, 오늘은 나도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되어볼까?

 

미술관에 도착해 표를 사고 오디오를 대여했다. 사진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았고 오디오에서 들려오는 핵심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소문대로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145 작품 중 꽤 많은 사진들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특히나 1951년 수상작 <대동강 철교>는 우리나라 한국전쟁을 다룬 것이기에 낯이 익다.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폭파된 다리를 건너가다 강에 떨어져 죽었다. 강 저편에서는 다리를 건너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뻔히 보면서도 그래도 다리를 건너겠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북측에 남아있으면 여지 없이 죽지만 다리를 건너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들은 그 실날같은 희망을 부여잡고자 한다.
 
나는 그 사진들 중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에 특히나 끌렸다.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학입학을 거부당하고, 입학 후 총을 맞고, 운동경기에서 심판 모르게 상대편 선수에게 폭행을 당해 실려나갔다. 또 한 사진에서는 백인의 미국 대학생들이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흑인 기업체 임원을 성조기 깃발로 폭행을 하고 있었다.

 

사진 때문에 당신이 웃거나 울거나 가슴이 찢어진다면, 그것은 좋은 사진입니다.”

한 사진기자의 말이 전시장 입구에 써있었다. 그 기준이라면 나는 오늘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보았다. 아이들이 기근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이지리아 육상선수들이 동메달을 따고 환히 웃음 짓는 모습과 쌍둥이 빌딩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3시간을 보냈다. 교수형에 처해 죽은 사람을 의자로 치는 사람과 그것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아이들... 좌익과 우익의 싸움이라 한다.

사진기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전장에 들어가 현황을 찍고 살해당했다. “개입하지 말라.”라는 직업수칙 1번을 따르다 죽어가는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는 비난과 자책으로 자살한 한 사진작가는 그때 나이 서른 세살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사지로 몰고 갔는가? 일어나는 일을 기록에 남기겠다는 그들의 사명이었다. 의미 있는 삶, 아니 당연히 해야하는 삶- 사명- 이기에 그들은 했다. 그 사명은 사람을 살리고 역사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기자의 사진들을 보고 반전, 인종철폐, 기근 추방에 목청을 높였다. 그 덕분에 이 세상에 민주주의가, 인권이, 자유와 평등이 조금은 더 실현되었다.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전시회는 내게 이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나는 퓰리처상 사진을 통해 근·현대 세계사를 눈으로 읽었다. 네모란 사진 속에 담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담은 사진의 거장들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 내면에 뿌리 깊은 생존의 본능을 다시금 인식했다. 내가 죽겠다고, 힘들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내가 오늘 만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수 천 모습의 나를 만났다.

 

* 관련 사이트

http://blog.naver.com/tour1224?Redirect=Log&logNo=70088422650&vid=0

 

<퓰리처상 사진전> http://www.pulitzerkorea.com/  8 29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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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10. 7. 15.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