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칠순] 나의 근원, 나의 뿌리이신 존재여!!!

오늘은 당신의 칠순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덕분에 기온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요즘 들어 더위를 더 타셔서 힘들어하셨는데 하늘이 당신에게 선물을 주시나봅니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서인지 습기도 좀 적으면 당신의 다리가 덜 아프시련만 하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저희와 칠순을 같이 맞이하여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함께 저녁을 같이 하고 안양천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감사합니다. '동네 명창'이신 당신의 노래도 들으며 박수치고 안아드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30대 그것도 중반을 넘어서야 당신의 사랑을 가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0, 40대 젊은 시절 당신 자신은 배 곯아가면서도 저희들을 입히시고 먹이시고 저희들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몸에 배인 근검절약이 노후에 어떤 긍정적인 경제상황을 가지고 오는지 몸소 보여주셨구요.

제가 20대 질풍노도와 같은 방황과 세상에 무서울 것 없다는 태도로 살았을 때도 묵묵히 기다려주셨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딸... 결혼도 안하고 안정된 회사도 뛰쳐 나오고 항상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제 모습에 얼마나 불안하셨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삭이고 삭이다가 한두 마디 하시면 저는 듣지 않았지요. 제가 원하는 행복과 삶을 찾느라 돌아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내심 힘드셨을텐데 저를 믿고 자유롭게 해주신 덕분에 이제야 제가 사람구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내해주셨기에 이제는 제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저와 세상을 위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압니다.

제가 20대 때 그리고 30대 중반까지 사랑하면서도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하던 불만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어린 마음에 당신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면서도 동시에 당신이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났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은 제 부족함이었습니다.

부모님이라는 자리가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저희를 이렇게 키워주시느라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마음으로 헤아려봅니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은혜입니다.

부모님이 나인데, 내 피 속에서, 내 뼈 속에 당신이 현현하게 계시는데 제 자신을 부정하고 당신을 부정했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기력도 예전같지 않고 밝던 셈마저도 흐려진다며 힘들어하시네요. 그 모습에 제 가슴이 저밉니다.

이제는 제가 당신이 원하셨던 바를 하나씩 이루어가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과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녹여서 그 삶을 제가 살겠습니다. 약속드려요.

평생 제 스승으로써, 어머니으로써, 제 연인으로써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저희와 함께 하소서. 당신을 향해 큰 절 올립니다.

둘째 딸 윤경 올림



top
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08. 7. 16.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