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삶의 풍요


 

 11월 6!  바로 서울중앙마라톤이 있는 날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짐 챙기고 옷 챙기고 식사하며 설레였다. 10km는 먼 거리도 아니니 뭐 그리 대단할 일도 없겠다. 하지만 마라톤대회가 첫 시도인 나로서는 설레이고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 비 오네! 비를 맞으며 달려야 해? 가야 해, 말아야 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참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뿔사! 누워서 잠시 쉬어야지 하다가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덕분에 늦잠을 잤고 이 시간에 가야 해, 말아야 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나와 함께 마라톤 신청을 했던 김대표님이 오라고 격려한다. 결국 다시 참가 결정! 전철 안에서 몸을 풀고 10km 출발시간인 8 20분에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짐을 맡기고 김대표님과 나는 8 30분 경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간의 일상도 나누고 거리의 풍경도 즐기면서 한발 한발 나아갔다.

 

차량통제가 되어 도로가 훤하다. 은행잎이 노랗게 거리를 덮고 있다. 거기다가 비 속을 뛰니 몸도 마음도 씻겨나가는 듯하다. 비가 오면 젖으니 귀챦겠네 하는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비 속을 뛰니 기분이 상쾌하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실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인식이 변한다.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볼 일이 아니다.

 

10km 달리기의 마지막은 잠실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여기서 뛰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드디어 10km Finish line! 가슴 벅차다. 무엇인가 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샘 솟는다. 다음에는 10km를 더 많은 지인들과 달려봐? 아니면 half를 뛰어봐?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가 아니라 둘일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권했기에 김대표님이 대회에 참여했고 김대표님이 계셨기에 나 또한 막판에 포기하지 않고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왕 시작했으니 내년 쯤에는 full을 뛰자고 김대표님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코치님과는 3년 후 사하라를 함께 횡단하자고 이야기했다. 산을 하나 넘으면 더 큰 산이 보인다. 그 산을 갈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할 때 그 여정은 즐거움이 된다.

 

 저녁에는 카이스트 학생들과 마지막 코칭세션을 했다. 일단 마무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판 잘 먹었다.  “코치님 덕분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삶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코치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이들은 코칭대화가 끝나고 소감을 쓰는 종이 빼곡히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아쉬워서 늦게까지 작별인사를 나누느라 기차시간에 빠듯해졌다. 대전역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뛰었다. ㅋㅋ 그리고 내려서도 뛰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뛰는 날이네! 그래도 마음은 풍성하고 즐겁다.

 

KTX에서 카톡으로 사진을 받는다. 아이들이 온갖 엽기적인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이야기가 오간다. 아, 나는 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내 대학시절은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 힘들었다. 그 아이들의 대학시절은 보다 밝고 명쾌하기를 소망한다. 나는
대단한 코칭스킬 보다는 그저 사랑으로, 순수한 기쁨으로 이 아이들과 존재한다. 평생 이 아이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 뒤에서 든든하게 보듬어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힘들 때 환한 빛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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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11. 11. 7.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