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m I?] 불행을 겪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은 다른 이들의 비난
오늘 지인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뭉클했고 아래 공유합니다. 내용이 길어 일부 편집했습니다.
저는 인기작가인 그분을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누구든 죄가 없는 자는 이 여인을 쳐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이 떠올랐습니다. 잘 모르고 수많은 사람들을 의식적으로/무의식적으로 판단해 온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응원을 하고
상대를 위해 비판이 필요하다면 대안이 있는 건강한 비판을 하며
비난은 하지 말기
를 스스로에게, 다른 분들에게 약속해 봅니다.
딸에게 보내는 그 편지를 묶었다는 그 책을, 제 자신을 위한 추석선물로 오늘 아침 샀습니다.
아픔 속에 성장하고 자신에 대한, 세상에 대한 참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한참 흐르고는 덤덤한 마음으로 뒤안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지요. 그리고는 미소 지을 뿐! 우리에게는 행복하라는 인생의 숙제 외에는 없습니다.
한층 더 성장하는, 귀한 추석 명절 되십시요...
인터넷과 전화기 없이 자연과 함께, 스승과 함께 그리고는 부모님과 함께 며칠을 보내다 오겠습니다.
한국의 꽃 노윤경 드림
***
(초반부 생략)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가 파고든 것은 책이었습니다. 종교 관련 서적만 몇 년 동안 미친듯이 읽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파고 들지 않으면 도저히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과의 대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대가 세고 팔자가 드세고... 여러 남자 팔자들 망가뜨린 여자, 자기 행복하자고 아이를 불행에 빠뜨린 나쁜 엄마.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자신을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삶이란게 얼마나 잔인하고, 처절하고 외로운지요. 자신이 너무 싫었고, 세상이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부산으로 내려가는 경부선 기차 안에서 떠오른 생각을 붙잡았습니다. 기차 안에서 구상을 진행하였고, 이후 까페에서 역시 '미친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동안 잠수모드로 글만 썼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쏟아냈지요.
이 작품을 마치던 날 새벽 5시, 그녀는 차를 마시며 한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다짐했습니다. 그녀는 이때부터 더이상 세상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세상 누가 뭐라든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내겠다고 다짐합니다. 더 이상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은 우리 나라 문학계에 유례가 없을만큼 대히트를 기록합니다. 20대 후반의 그녀, 자고 일어났더니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고 나기 전에는 세상의 손가락이 두려워 바깥 출입이 두려웠으나 이제는 유명세 때문에 외출하지 못해 우울증을 앓기도 했답니다.
이 작품은 그 유명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녀가 삶으로부터의 회피를 멈추고 당당히 맞서기 시작했을 때, 세상은 그녀를 지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착한여자'에 대한 환상과 '능력 있는 여자'혹은 '똑똑한 여자'에 대한 편견.그리고 이율배반적인 이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여성들의 혼란과 고통을 생생하게 이야기 하는 소설. 이 땅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사회 전반의 문제로 끌어올려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킨 작품"
그녀는 그렇게 세상 바깥으로 당당히 걸어나왔죠. 그리고, 2006년. 또 하나의 일을 냅니다. 1만부도 넘기기 어려운 소설 시장에, 무려 78만부가 팔려나가는 기념비적인 도서 판매량을 기록해 버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출간.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 졌지요. 리뷰를 보시면 자신이 겪었던, 느꼈던 고통과 좌절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작품속에 투영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2008년에는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신간 <<즐거운 나의 집>>을 출판합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그가 발견한 가족, 그 평범함과 특별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철없는 엄마와 너무 일찍 철든 딸의 일상을 통해, 겉보기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알고 보면 매우 특별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엄마로서, 여자로서,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라고 말하는 그녀가 이제 웃음 띤 얼굴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소설로 썼습니다.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싱글맘'이라는 별나 보이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본 집. 그 안에는 세상 모든 가족들이 공감할만한 평범한 고민과 웃음이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그녀는 두려움 따위를 느끼지 않는 어떤 경지에 이릅니다.
그리고 역시 같은 해 2008년 3월. 너무나도 사랑하고, 너무나도 미안하기만 한 그녀의 딸 위령에게 보낸 편지글들을 연재하였고 이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였습니다. 충고가 아닌 경험담을, 그녀가 살아내었던 삶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 정도면 이제 그녀가 누구신지 아시겠죠? 바로 소설가 공지영씨입니다.
삶이란 때때로 우리에게 가혹하다 싶을만큼 괴로움과 고통, 외로움과 공허함을 안겨줍니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더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에서 괴로워할 때가 많습니다. 공지영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 자신을 미워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들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지 말아야 합니다."
공지영 작가가 끝없는 절망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하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 안셀름 그린 신부가 쓴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의 한 부분입니다.
" '우리 모두는 늘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앉혀놓고 피고석에 앉아 우리의 행위를 변명하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 너 자신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 자신뿐이다.' 이 문장이 나를 통째로 바꿔놓았죠.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제 피고석을 떠나겠어, 라고 선언했지요. ...
책 제목처럼 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을 이젠 배운 것 같아요. 한동안 누구도 내가 작가로 재기할 거라 생각 못 했죠. 나 자신도 내가 쓸 수 있으리라 생각 못 했어요. ...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감사해요. 무서운 게 하나도 없어요. 욕심도 없고 책 제목처럼 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자라고만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요.
"
from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공지영 편>>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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