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백] 사랑합니다.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국졸이어서 어린시절 제 기를 죽게 만드셨는지

왜 치장은 안하시고 10원짜리 하나에도 벌벌 떠셨는지

왜 저를 안 예쁘게 낳아 서른살이 되도록 컴플렉스에 시달리게 하셨는지

왜 저를 둘째로 낳아 사랑받기 위해 용쓰는 존재로 크게 하셨는지

왜 명절 때마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원하는 제게 음식만 먹이시려고 부산하신지

오랜 시간 나를 거부햇고 방황했습니다. 그리고 깨졌지요. 그래서 20년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은 압니다.

그것이 당신의 최선이었다는 것, 우리의 존재는 무조건적인 참사랑이라는 것, 어느 조건에서도 사랑의 존재로 살며 용납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받아들이는 위대한 사랑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겪었다는 것, 사랑을 하는데 돈이 학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외부기준으로 예쁘지 않아도 모든 존재는 고귀하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 머리만 커져버린 제게 없던 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이었다는 것..

어제 오늘 문득문득 당신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한살 한살 더 먹을 수록, 사랑에 대해 알아갈수록 당신이 가슴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까 당신께 전화를 했죠. 오늘은 정말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껏 나온다는 말이 "엄마, 우리 다음주 화요일에 찜질방 가요. 뭐 드시고 싶어요? 맛있는 것 사드릴께요"

어쩌면 저는 저도 모르게 당신의 그 수없는 "밥 먹었니?"를 뼈 속 깊이 배워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 엄마는 맨날 밥 얘기만 하실까...'

한참을 딴 소리 하다가 전화를 끊기 직전에서 서둘러 던지듯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들은 어색한 단 한마디 "그래."

하지만 저는 압니다. 수화기를 내려 놓고 당신은 눈물을 흘렸음을... 어쩌면 저처럼 이렇게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시겠지요.

왜 저는 다른 이들에게 짓는 미소의 십분의 일도 당신에게 드리기 힘들었고, 다른 분들에게 들이는 시간의 반도 당신과 함께 하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왜 이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까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하세요.

밤이 깊어갑니다. 저는 오늘 당신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고자 합니다. 당신은 항상 저희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 설치셨을텐데...
top
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08. 9. 23.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