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100일 프로젝트 마무리 축하
Aug. 27th
사랑하는 당신, 안녕!
샤론입니다. 반갑죠? 저도 당신을 만나 기뻐요.
그제 다시 안동으로 왔지요. 안동행, 서울행으로 정이 들었나봐요. 이제 센트럴 터미널이 친근해졌습니다. 이렇게 저는 길을 떠나는 것과 타지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행복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지난 5월 18일에 시작한 개인 100일 프로젝트를 했거든요. 만으로 딱 100일이 되는 날이었죠.
이번 8월의 주제가 휴식, 건강 그리고 내가 연인인 나! 였지요. “내가 연인인 나”라는 맥락에서 저는 성공했습니다. 나를 온전하게 수용하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나를 가장 먼저 축하하고 위로하게 되었어요.
어제 아침에 코칭대화로 축하를 했습니다. 수련에 가니 일평님이 안동 가이드를 자청하셨습니다. 설렘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첫 답사지는 지례창작촌입니다. 방문해보도록, 하룻밤 자보도록 7월부터 추천을 받았던 곳이죠.
문에 붙인 '용'은 하늘에서 강자, '호'는 땅에서의 강자를 의미한데요. 이 둘이 집안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 대문에 붙이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창작촌에 도착하니 햇살이 온 정원에 가득합니다. 멀리 보이는 강과 예술인 무대가 장관입니다. 평온함을 줍니다. 별채 툇마루에 앉아도 보았습니다. 정원이 내려다 보입니다.
이 툇마루에 누워 책을 읽고 싶습니다. 읽다가 솔솔 잠들면 이곳이 바로 극락이 아닐지요?
용계 은행나무와 연하댐도 들르고 제비원도 들렸습니다. 서북쪽을 향해 있는 부처님을 요즈음 불사(보수작업) 중이시네요.
이것 좀 보세요? 멋지죠!! 여행 중 식사는 빼놓을 수 없죠! <콩밭에서> 식당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야채를 직접 키우기도 하고 산나물은 강원도에서 채취하시고 두부는 직접 갈아 만든다 하세요.
일평님은 채식주의자, 저 또한 80%는 채식주의자이기에 둘은 환호성을 지를 지경입니다. 둘 다 즐겁게 마구마구 먹었습니다.
비지도 한 덩이 싸들고 산초고추도 한 통 사서 길을 나섭니다. 샤론은 산초 애호가! Oh, yes!
안동댐과 강변을 드라이브하고 낮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저녁에는 안동댐 물안개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12시쯤 되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고 해요.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쉬었지요. 그리고 다시 수련을 했습니다. 아, 빨리 끝내자. 물안개 보러가자.... 하면서요. ^^
12시 10분 전쯤 안동댐에 다시 갔습니다. 역시나 안동댐은 조용하고 편안합니다. 자정이 되니 사람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불도 하나씩 꺼지네요. 12시 반쯤 되니 근처 대부분의 불이 꺼집니다. 바로 이렇게요!!
저 위가 달이어요. 12시가 넘은 늦은 밤의 안동을 볼 수 있다니요. 함께 해주신 분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혼자나 둘이었다면 엄두도 못 낼 경험이죠. 월령대에 앉으니 세상이 고요합니다. 평화로움 속에 가만히 앉아, 5사람이 두런두런 이야기했습니다.
빠아아앙~ 저 편에 기차가 지나가네요.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함을 누립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반짝이네요.
사실 물안개를 보지는 못 했어요. 그새 밤날씨가 차가워져서 물안개 피는 시간이 1시 이후로 늦어졌데요. 아, 장관이라고 하던데 아쉬워요.
하지만 깜깜한 월령대에 침묵 속에 앉아있는 것 자체도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상념이 떠오릅니다.
어느덧 8월 하순! 제 휴가도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요일에 귀경하여 현업 복귀를 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8월 한달, 그 사이 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무엇보다 제 자신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고, 저와 코칭대화를 하고 몸과 마음을 위해 하루 평균 3 시간 수련을 하고요.
도전! 시도했던 것들이 안 되기도 했고요. 방학 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해서 그 여파로 도전 받았다가 그 속에서 더 강해지는 법을 배웠고요. 그에 굴하지 않고 또다시 책 쓰기와 법인/비영리조직 설립이라는 프로젝트도 온라인 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새로 발굴한 커피샵에서 글을 쓰면서 행복했고요. 책쓰기 코칭을 받으며 방향성과 편안함을 얻었지요.
정착! 산책, 운동, 공부, 글쓰기, 놀이, 장보기 등을 위한 새로운 장소들도 발굴했답니다.
이건 샤론이 직접 만든 지지미여요. ^^ 호박, 버섯, 새우, 묵은지 등 각종 재료를 부침가루 반죽에 넣고 섞어서요. 이번에 새로 장만한 귀요미 미니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둘러 지지직~ 아자~! 어때요? 맛있겠죠?
저를 위한 요리도 자주 했고요. 없는 살림을 이용해서 하루하루 사는 법도 체득했죠. 안동생활을 통해 이제 저는 서울 아닌 다른 곳에서 정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훗날 어디를 여행 가던지, 이사 가서 살던지 조금은 준비되었어요.
그리고 과거와의 만남! 이번 100일 덕분에 제 과거와도 만났습니다. 지난 22년간 영어를 향해 그리고 영어에 기반해 도전하면서 겪었던 감정의 찌끼들과 제 에고, 그리고 20대 제가 떠났던 인연들과 다시 만났고 편안히 헤어졌습니다.
만나고 싶지 않았고 피하고 싶었던 그 감정들... 아야아야.. 상처는 아파! 하면서요. 왜 삶이 이렇게 힘들지... 하며 술 마시고 울며 고민하던 그 시간들...
"If there are no ups and downs in your life, it means you are DEAD."
어제 문득 마주친 말입니다. 이 맥락에서 삶과 도전들을 보니 편안해집니다. 뇌파처럼, 심장의 박동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ups and downs!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
그런데도 힘든 시간을 갖지 않겠다고 가끔은 안간힘을 쓰는 샤론을 봅니다. 이런 저를 보고 다독여주는 저를 보고요. ^^ "힘들었구나. 쉬고 싶구나."
하하, 지금의 제 모습이 어떤가요? 온전한 수용이네요!! 저, 100일 프로젝트 잘 끝낸 것이 맞지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8월을 잘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겠습니다. 더 산뜻하게, 더 가볍게!
안동발 사랑을 전합니다.
샤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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