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Self Journey] 삶의 예술, 예술의 향기'

6월 8일(토) 감사일기 - '삶의 예술, 예술의 향기'

 

나는 해마다 2~3달은 집을 떠나 생활한다. 여행할 때는 그 지역 갤러리를 가곤 한다. 때로는 갤러리 한 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그럴 때 나는 여러 작품을 감상하다가 그날 내게 말을 거는 작품을 만나고는 한다. 그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있거나 앉아있는다. 몸으로 느끼다 보면 작가가 느껴진다. 그 작가를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대화를 한다.

 

4년 전 암수술 후 어느 날 나는 <갤러리 쿱>에 갔다. 황의록 이사장님이 화가 조합을 세워 ‘예술을 일상으로!’를 실천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이 취지에 공감하고 응원해왔던 차였다. 제 개인사정을 고려해볼 때 나름 최선을 다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예술이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되는 날을 고대한다. 진정한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물론 재력 있는 후원자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소수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한정되고 소수의 선택된 예술가들만 ‘인기’가 있다면, 이건 ‘그들만의 리그’이다.

 

당시 신동권 화백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내 몸이 한 일출 그림 앞에서 멈추었다.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은 작가의 혼신을 담은 에너지를,, 일출의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아… 살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후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천천히 올라왔다. 그림을 통한 치유와 희망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이후 내게는 작은 꿈이 생겼다. 나는 <갤러리 쿱>에서 언제가 ‘내 생애 첫 그림’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몇 년 기다려야 했다. 일을 90% 줄여 수입은 대폭 줄었는데 병원비, 코칭비는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올 6월이 되면서 몸도, 마음도, 상황도 나아졌다. 갤러리 쿱을 다시 갈 때가 되었다.

 

 

이태리_Frame_in_Me 

 

6월 8일(토) 오늘 탁노 작가님의 ‘본지풍광’ 개인 전시를 찾았다. 나는 탁노 작가님을,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한다. 작년에 나는 작가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작가님의 표정과 말에서 순수, 소신, 남다른 시각, 열정을 보았다. 사진을 찍을 때도 남달랐다. 틀(프레임) 안에 사람(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틀을 두었다. 내가 '최애' 사진 중 하나다.

 

이후 작가님의 그림을 유심히 보았다. 작가님은 물감도, 그림 주제도, 사물도 모두 ‘턱(tuk, 하고)~노(no, 놓)아’ 던졌다. 그래서 작가가 ‘탁 노’인가 보다. 물감을 '툭' 던진 듯한데 그 안에 존재감이, 철학이 있었다. 작가의 춤추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따라가니 나도 춤춘다. 야성으로, 끓는 절규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순수가, 사랑이 된다.

 

그는 ‘길(道)’을 가는 수행자였다. 짐작컨데 그에게 그림은 운명이고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작가는 ‘삶과 그림(또는 예술)’라는 평생 화두는 그림을 통해 내게 화두의 끝을 보여주었다. 내가 지난 20년 간 마음수행(선, Zen)을 하면서 체험해온 바로 그 ‘공’이었다.

 

지난 세월 작가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며 자연과 야성을 이야기하더니 이번 전시는 본성에 더 가까워졌다. 특히, 마지막으로 그리셨다는 작품은 가볍고 따뜻하고 빛이 난다. 하늘로 비상하는 유니콘처럼 지상에서 뭔가를 훌훌 털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갈 태세이다. 작가의 차원이 달라졌나? 작품이 곧 작가이니.

 

오늘은 내게 더 특별한 날이다. ‘작가/큐레이터/애호가의 3종 세트(!)’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형철 큐레이터님 덕분이다. 큐레이터님은 탁노 작가와 작품들을 깊이 사랑하셨다. 사랑하니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었다. 사랑하는 작가를 향한 '유쾌한 쓴소리'도 작가의 열린 마음과 만나니 한 편의 성장그림이 나왔다. 멋진 세트였다.

 

동시에 나의 삶과 관심사를 경청하시며 나 또한 이해를 하셨다. 그에 기반해서 작품을 추천해주는데 감동이었다. 당신 또한 그림을 사랑하고 그리시기에, 인간과 예술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시선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Nature _ 8 Stories of Life

 

나는 큐레이터의 추천작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온 마음으로, 몸으로 느껴보았다. 처음 내 혼자 보았을 때는 안 보였던 면들이 새로 보인다. 눈이 커지니 마음도 열린다. 편안하다. 차분해진다. I’m home. 주르륵~ 눈물이 났다.

 

그 그림은 8가지 스토리로 의미 있지만 고단했던 내 삶을 위로했다. 아,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으로 봉사하는 큐레이터는 이렇게 작가와 애호가를 연결해주고 소통해주고 성장시키는구나.

 

애호가(시장)가 있어야 작가도, 큐레이터도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이 3자는 서로 믿고 응원하고 깨우고 성장시키며 삶을, 예술을 풍요롭게 한다. ‘삼위일체’가 되어야 했다. 아, 그러기 위해서는 갤러리라는 시스템이 필수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소중한 역할이 있네.

 

부디 지금껏처럼 앞으로도 깨어있고 기존의 나를 깨고 꾸준히 정진하시기를. 껍질을 깨고 ‘탁노’만의 길을, 일가를 이루시기를. 멀지 않은 시기에 글로벌 무대에서도 사랑을 받으실 거다. 내 지난 28년 간의 ‘글로벌 촉’ 경험에서 말씀 드린다.

 

내가 그 작품을 사게 될까? 올해까지 나는 일을 90%는 쉬니 현재 내 재정 형편을 보면 그 작품을 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잠시 아쉽겠지만 그래도 좋다. 오늘의 배움만으로도 나는 무한감사한다. 6월 21일에 시작하는 <내 생애 첫 그림전>이 나를 기다린다. 이마저도 안 되면 내년으로 옮기면 된다. 그림도, 내 마음수행도 내게 ‘방하착’을 가르쳤기에!

 

부디 내 글이 이사장님께도, 작가님께도, 큐레이터님께도 당신들의 그 순수 열정에 작은 에너지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알아보는 눈도 없다. 그저 순수한 즐거움으로, 감사함으로 내 진심을 담았다. 때로는 외롭고 쉽지 않은 이 길, 결국 사랑이다.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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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l Comment l Category My True Self Journey l posted at 2019. 6. 9. 03:09